18~19 유럽 챔피언스 리그는 역대급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명경기의 연속이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4강전 역시 그랬죠.

리버풀이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4대0으로 꺾으며 결승에 진출했고,

손흥민이 뛰고있는 토트넘 역시 후반 무서운 기세로 3대3을 만들며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토트넘은 레비회장의 지원없이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역대급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토트넘의 이번시즌 영입은 정말 '0원'이었죠.

새 구장을 짓는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레비는 구두쇠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아무런 지원이 없는 가운데 포체티노 감독은 어떻게 이들을 데리고 역대급 업적을 세웠을까.

 

요즘 포체티노 감독을 보면 퍼거슨 감독이 떠오릅니다.

 

클롭이나 과르디올라 감독처럼 뛰어난 전술적 지략을 지녔다기 보다는,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그렇죠.

 

퍼거슨 감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축구 역사상 역대 감독순위를 꼽을때 퍼거슨은 빠지지 않고 항상 상위권에 위치합니다.

 

퍼거슨 역시 뛰어난 전술보단 강력한 선수단 장악으로 능력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감독이죠.

 

이렇게 퍼거슨과 비교되는 포체티노도 올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교체티노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엇죠?

교체해야 할 타이밍을 놓친다거나 항상 정해진 시간에만 교체를 하는 뻔한 전략이 포체티노를 탑클래스의 반열에 올려놓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기를 보면 포체티노의 전술적 판단이 잘 들어맞음을 볼 수 있어요.

제 생각엔 케인의 부상이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친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케인이 빠지며 전술적으로 다양성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고,

때마침 손흥민 활용법도 알맞게 구상해낸 것 같더라구요.

 

이번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선 포체티노가 더이상 교체티노가 아니라는걸 보여줬습니다.

 

4강 2차전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했던 역할은 시소코와 완야마의 역할이었습니다.

전방에 있는 손흥민-모우라가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움직이며 빈공간이 생기면 알리가 침투하는 전술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후방에서 상대의 공격을 잘 차단하고 든든하게 지켜줘야 하는 두 미드필더의 역할이었습니다.

 

시소코는 평소와같이 아주 준수한 활약을 펼쳤는데, 완야마는 어리버리 했죠.

 

자기가 뭘 해야하는지 생각을 못하고 나온 모양새였습니다.

 

그래서 전반전에 첫번째 골을 먹고 두번째 골 상황을 잘 보시면,

침투하는 지예흐를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역습을 당하는 와중에도 설렁설렁 조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게으른 완야마는 전반전에 토트넘을 나락으로 몰고갔습니다.

 

근데 여기서 포체티노의 뛰어난 전술적 판단이 발휘되었어요.

 

경기중 전술적 변화를 파악하는 것에 서투름이 있고, 이 때문에 교체에 약했었는데

이번엔 이러한 비판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전반전 워스트였던 완야마를 빼고 요렌테를 투입합니다.

 

요렌테 투입과 함께 흔히 말하는 뻥축구가 시작됐죠.

아약스는 중원을 장악하고 있었고 후반에도 이를 밀고나가려 했는데 당황했을겁니다.

 

블린트는 요렌테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계속 패했고, 상대 수비를 교란시켰습니다.

 

이때 손흥민도 중요한 역할을 하죠.

 

손흥민이 잘 못했다고 까는 분들이 많은데 손흥민은 자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습니다.

 

전반전엔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강한 압박으로 슛으로 이어지지 않게 유도를 했죠.

 

그래서 후반에 손흥민은 모우라와 반대편의 움직임을 가져가며 오프더볼 움직임을 통해 수비수를 유인합니다.

 

이어서 토트넘 후방에서 넘어온 공중볼을 요렌테가 잘 따내고, 빈틈을 잘 파고 들어간 모우라가 골을 뽑아냈습니다.

 

전반 워스트였던 완야마를 과감하게 빼버리고 미드필더가 아닌 요렌테를 투입한 것이 신의 한수였지요.

 

이렇게 되니 경험이 없고 어린 선수가 주축이 된 아약스는 당황을 했고, 경기를 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반전에 토트넘은 안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후반엔 되는 팀의 모습을 보여줬죠.

 

더불어서 케인이 전반 종료 후 라커룸에 가서 선수들의 동기를 부여했다고 하죠?

 

이러한 것들도 포체티노가 선수단을 어떤식으로 운영해왔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동기부여를 통해 이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는 장악력을 보여왔기 때문에 영향력있는 동료선수의 말에도 큰 동기를 얻을 수 있었겠죠.

 

물론 포체티노가 벌써 탑클래스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건 무리수입니다.

 

그러나 지원도 받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최대의 성과를 만들어낸 그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아마도 가장 가슴이 쓰린건 맨유겠지요.

장사꾼 글레이저-우드워드 조합이 섣부르게 솔샤르 감독을 선임한건 너무 이른 판단이었죠.

좀 기다리다가 포체티노를 데려갔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포체티노의 행보가 너무 주목됩니다.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의 결승전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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